캐나다는 왜 독일 잠수함을 먼저 골라놓고 한국을 남겨뒀을까|최대 12척 사업에서 선택지를 버리지 않은 이유

최초 작성일: 2026년 10월 4일
최종 수정일: 2026년 10월 9일
캐나다가 새 잠수함을 고르는 경쟁에서 독일이 이기고 한국이 졌다고 생각하면 현재 상황의 절반만 보게 됩니다.
캐나다 정부는 2026년 7월 독일 TKMS를 차기 잠수함 사업의 우선협상자로 선정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최종계약은 체결되지 않았습니다.
한국의 한화오션도 완전히 탈락하지 않았습니다. 캐나다는 한화오션을 예비공급자로 남겼고 TKMS와의 협상이 성공하지 못할 경우 한화오션을 새 우선협상자로 지정해 협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왜 하나를 골랐는데 다른 하나를 남겨뒀을까요.
이 질문에서 캐나다의 최대 12척 잠수함 사업을 단순한 무기 구매가 아니라 대형 계약의 의사결정 문제로 볼 수 있습니다.
캐나다가 정한 것은 최종 승자가 아니라 협상 순서였다
캐나다 정부가 TKMS에 부여한 지위는 최종 계약업체가 아니라 우선협상자입니다.
이 차이는 작지 않습니다.
우선협상자가 됐다는 것은 먼저 계약조건을 맞춰볼 기회를 얻었다는 뜻입니다. 가격과 납기, 기술적 요구사항, 유지·정비, 캐나다 산업에 돌아갈 경제적 효과 같은 세부 조건을 이제 협상해야 합니다.
캐나다가 밝힌 최종 계약시한은 2027년 말까지입니다.
그리고 TKMS와 합의하지 못하면 캐나다는 한화오션을 새로운 우선협상자로 지정할 수 있습니다.
캐나다는 독일과 먼저 협상하면서도 협상이 실패할 경우 다시 협상할 수 있는 실제 대안을 테이블 위에 남겨둔 셈입니다.

이 구조에서는 우선협상자도 자신이 유일한 공급자라고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구매자가 대안을 갖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계약조건을 협상할 때 하나의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왜 독일이 먼저였을까
캐나다의 선택을 잠수함 제원 하나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캐나다 정부는 TKMS의 212CD와 독일·노르웨이가 함께 구축하는 공동 잠수함 체계를 높게 평가했습니다.
212CD를 캐나다가 도입하면 독일과 노르웨이가 사용하는 같은 계열의 플랫폼을 함께 운용하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장기간 사용하는 군사장비에서는 처음 살 때의 성능뿐 아니라 수십 년간 부품을 공급하고 승조원을 훈련하며 유지·정비와 개량을 함께 할 상대가 누구인지도 중요합니다.
캐나다 정부가 이번 결정을 단순한 잠수함 구매보다 독일·노르웨이와의 장기적인 안보·산업 파트너십으로 설명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아직 확인해야 할 불확실성도 있습니다.
212CD는 검증된 212A를 기반으로 했지만 새 함형은 아직 바다에 뜨지 않았다
TKMS는 212CD가 기존에 운용되어 온 212A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됐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212CD 자체는 더 큰 새로운 함형입니다.
선체도 기존의 일반적인 원통형 외형과 달리 탐지 신호를 줄이기 위한 특징적인 각진 형태를 사용합니다.
현재 첫 212CD들은 건조 중입니다.
노르웨이 정부 계획에 따르면 첫 함은 2027년에 진수돼 시험을 시작하고 2029년에 노르웨이 해군에 인도될 예정입니다.
따라서 2026년 현재 212CD라는 새 함형 자체가 실제 해군에서 장기간 운용된 실적은 아직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를 단순히 검증되지 않은 잠수함이라고 부르는 것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기반이 된 212A와 TKMS의 잠수함 건조 경험은 이미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정확한 질문은 기존 기술을 바탕으로 만든 새로운 공동 플랫폼이 계획대로 완성되고 운용될 수 있는가에 가깝습니다.
한국은 다른 종류의 증거를 보여줬다
한화오션이 제안한 KSS-III의 강점은 성격이 달랐습니다.
한국 해군은 이미 KSS-III를 실제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2026년에는 도산안창호함이 한국에서 출발해 괌과 하와이를 거쳐 약 1만4천km를 항해한 뒤 캐나다 에스퀴몰트에 도착했습니다.
하와이부터 캐나다까지는 캐나다 해군 잠수함 승조원도 함께 탑승했습니다.
이 항해 하나가 어느 잠수함이 더 우수한지를 증명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캐나다가 실제 운항 중인 함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212CD와 다른 종류의 정보가 제공됐습니다.
캐나다가 비교한 두 제안은 그래서 단순히 비슷한 잠수함 두 척의 비교가 아니었습니다.
한쪽에는 이미 운용 중인 실물과 생산 경험이 있었고, 다른 쪽에는 독일·노르웨이와 함께 사용할 새로운 공동 플랫폼과 장기적인 동맹 구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캐나다가 사고 싶었던 것은 잠수함만이 아니었다
캐나다 정부가 입찰을 평가할 때 본 것은 잠수함 성능만이 아니었습니다.
장기간의 유지·정비와 캐나다가 얻을 경제적·전략적 이익도 중요한 평가 대상이었습니다.
캐나다의 대형 국방조달에는 Industrial and Technological Benefits, 즉 산업·기술 혜택 정책이 적용됩니다.
이 정책의 기본 구조는 계약을 따낸 기업이 계약가치에 상응하는 규모의 사업 활동을 캐나다 경제 안에서 만들어내도록 요구하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해외에서 수십 년 동안 사용할 장비를 사더라도 그 거대한 구매력을 그냥 해외로 보내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캐나다 기업이 공급망에 들어가고, 숙련 일자리를 만들고, 기술과 연구개발 능력을 남기고, 장기 유지·정비 체계를 국내에 구축할 기회를 함께 요구합니다.
캐나다가 구매력을 이용해 잠수함 밖의 산업적 가치를 다시 국내로 끌어오려는 구조입니다.

독일과의 협력은 AI와 우주, 핵심광물까지 넓어졌다
TKMS가 우선협상자로 결정된 다음 날 캐나다와 독일, 노르웨이 정상은 공동성명을 냈습니다.
세 나라가 이야기한 협력은 잠수함과 국방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투자, 에너지, 인공지능, 우주, 핵심광물 같은 분야까지 장기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지점부터 캐나다의 선택은 잠수함 한 종류의 성능표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집니다.
잠수함을 하나의 입구로 삼아 어느 국가들과 수십 년짜리 산업·기술 관계를 구축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함께 붙기 때문입니다.
구매자가 원하는 것이 제품 하나가 아니라 공급망과 기술, 유지보수와 동맹관계까지 포함한 묶음이라면 가격표 한 줄만으로 비교하기도 어려워집니다.
한국도 잠수함만 팔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한화 역시 같은 구조를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한화가 공개한 캐나다 제안에는 잠수함뿐 아니라 캐나다 내 유지·정비 시설, 기술 이전, 현지 공급망 참여, 연구개발 등의 계획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AI와 우주, 자동차 부품과 첨단 제조 분야의 캐나다 기업들과 협력을 넓히려는 계획도 제시했습니다.
다만 이런 경제효과 전망 가운데 일부는 한화가 의뢰하거나 한화가 제시한 자료입니다.
따라서 캐나다 정부가 확인한 실제 경제성과와 기업이 제안한 예상 효과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독일과 한국 모두 잠수함 한 척의 성능만 경쟁한 것이 아니라 캐나다 안에 무엇을 남길 수 있는지까지 경쟁했다는 사실입니다.
선택지를 남겨두는 것 자체에도 가치가 있다
대형 프로젝트에서는 오늘 가장 좋아 보이는 대안 하나를 빨리 확정하는 것만이 좋은 결정은 아닐 수 있습니다.
사업 기간이 길고 아직 확인되지 않은 요소가 많을수록 나중에 결정을 바꿀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것에도 가치가 생깁니다.
캐나다의 구조가 흥미로운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TKMS를 먼저 선택해 협상을 진행하면서도 한화오션이라는 검증된 대체 공급자를 지우지 않았습니다.
독일 제안의 계약조건을 협상할 시간도 확보했고, 동시에 협상이 실패할 경우 처음부터 새로운 후보를 찾는 대신 이미 평가를 통과한 공급자로 이동할 길도 남겼습니다.
캐나다 정부는 두 업체 모두 신뢰할 수 있는 해법이라고 평가했고, 우선공급자와 예비공급자를 함께 지정한 것이 사업의 회복력을 높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캐나다의 첫 수는 한 업체를 골라 경쟁을 끝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누구와 먼저 협상할지를 정하면서도 다음 수를 둘 수 있는 권한은 자신에게 남겨둔 것입니다.
2027년은 중요한 해지만 아직 결론을 미리 써서는 안 된다
여기에는 흥미로운 시간의 겹침도 있습니다.
캐나다는 늦어도 2027년 말까지 계약을 마칠 계획입니다.
그리고 노르웨이가 처음 받을 212CD도 2027년에 처음 진수돼 시험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이 두 사실이 같은 시기에 일어난다고 해서 캐나다가 212CD 시험 결과를 기다리기 위해 계약을 2027년까지 미뤘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캐나다 정부는 그런 이유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실제로 봐야 할 것은 TKMS와 캐나다의 협상이 어떤 조건으로 좁혀지는지, 첫 212CD 건조가 계획대로 진행되는지, 캐나다가 요구한 산업적 혜택이 계약에 어떻게 구체화되는지입니다.
최종 결과가 나온 뒤 그 결과만 보고 지금의 선택이 좋았거나 나빴다고 판단하면 당시 캐나다가 가지고 있던 정보와 선택 구조를 놓칠 수 있습니다. 좋은 결과와 좋은 결정을 구분하는 문제는 행동경제학의 결과편향에서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협상이 실패한다면 그때 한화오션의 예비공급자 지위가 실제 선택권으로 바뀌게 됩니다.
결국 캐나다는 무엇을 산 것일까
아직 아무도 최종 잠수함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금 단계에서 독일의 승리나 한국의 패배로 결론을 끝내는 것은 빠릅니다.
캐나다가 현재 결정한 것은 어느 회사와 먼저 협상할 것인가입니다.
동시에 그 계약을 이용해 자국 안에 어떤 일자리와 기술, 공급망을 남기고 어느 동맹국과 수십 년의 산업관계를 만들 것인지도 협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 업체와 협상하면서 다른 업체를 예비공급자로 유지했습니다.
최대 12척의 잠수함을 사는 거대한 사업에서 캐나다가 가장 먼저 지키려 한 것 중 하나는 어쩌면 잠수함 한 척의 선택보다 더 단순한 것일 수 있습니다.
최종 서명 전까지 선택권을 자신의 손에서 놓지 않는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캐나다는 독일 TKMS와 잠수함 최종계약을 체결했나요?
아닙니다. 캐나다는 2026년 7월 TKMS를 우선협상자로 선정했으며 계약조건 협상을 진행하는 단계입니다. 캐나다 정부는 늦어도 2027년 말까지 계약을 마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화오션은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서 완전히 탈락했나요?
아닙니다. 한화오션은 예비공급자로 남아 있습니다. 캐나다 정부는 TKMS와의 협상이 성공하지 못할 경우 한화오션을 우선협상자로 지정해 협상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독일 212CD 잠수함은 이미 운용 중인가요?
아닙니다. 212CD는 운용 실적이 있는 212A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지만 새로운 212CD 함형은 현재 건조 중입니다. 노르웨이 정부 계획상 첫 함은 2027년 진수해 시험을 시작하고 2029년 인도될 예정입니다.
캐나다는 왜 잠수함 구매에 경제적 조건까지 요구하나요?
캐나다의 대형 국방조달에는 산업·기술 혜택 정책이 적용됩니다. 이를 통해 공급업체가 계약가치에 상응하는 사업 활동을 캐나다에서 수행하도록 하고 자국 일자리, 공급망, 기술개발과 산업역량으로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참고자료
캐나다 Defence Investment Agency, 「Backgrounder: Government of Canada advances Canadian Patrol Submarine Project」, 2026년 7월 6일.
캐나다 Innovation, Science and Economic Development, 「Industrial and Technological Benefits Policy」.
캐나다·독일·노르웨이 정상 공동성명 — 잠수함·산업·AI·우주·핵심광물 협력
노르웨이 국방부, 「Prop. 29 S (2025–2026)」.
TKMS, 「HDW Class 212 C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