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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틀리 첫 전기차는 왜 23만 달러부터 시작했을까|엔진이 사라진 뒤 명품차가 파는 것

읽는 시간 약 14분
벤틀리 첫 전기차 Torcal의 23만 달러 시작 가격과 럭셔리 EV 전략

최초 작성일: 2026년 9월 30일
사실 확인 및 최종 수정일: 2026년 9월 30일

23만 달러짜리 자동차를 두고 ‘가격을 낮췄다’고 말하면 이상하게 들린다.

하지만 벤틀리 안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벤틀리가 공개한 첫 순수 전기차 Torcal의 시작 가격은 17만3천 파운드, 약 23만 달러다. 회사는 이 차를 기존 제품군의 비교적 낮은 가격대에 놓았다. 최고가 전기차를 만들어 기존 부자 고객에게만 파는 대신, 벤틀리를 처음 사는 사람까지 들어올 수 있는 문을 조금 넓힌 것이다.

이 선택이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전기차 한 대가 추가됐기 때문이 아니다.

100년 넘게 엔진과 주행감, 가죽과 목재, 브랜드 역사로 높은 가격을 설명해온 자동차 회사가 이제 엔진이 없는 차에서도 같은 질문에 답해야 하기 때문이다.

왜 이 차는 다른 전기차보다 훨씬 비싸야 하는가.

Torcal은 벤틀리가 내놓은 첫 번째 답이다.

벤틀리 첫 전기차는 왜 23만 달러부터 시작했을까

23만 달러는 절대 싼 자동차가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절대 가격이 아니라 벤틀리 안에서의 위치다.

Torcal은 Bentley 제품군의 낮은 쪽에서 시작한다. CEO 프랑크슈테펜 발리저는 이를 더 접근 가능한 Bentley로 설명했고, 새로운 시장을 열 수 있는 모델로 봤다.

가격을 낮춘 대신 싸구려 Bentley를 만든 것도 아니다.

Torcal 기본형은 최고 809마력, 최대 600km의 주행거리를 제시한다. 350kW 충전기를 이용하면 10분 충전으로 150마일 이상을 추가할 수 있다고 Bentley는 설명한다. 고성능 Torcal S는 876마력까지 올라간다.

그러니까 Bentley가 줄인 것은 성능이 아니라 진입 가격이다.

이 차를 기존 고객의 차고에 한 대 더 넣는 것만으로 끝내지 않고, 지금까지 Bentley를 사지 않았던 부유한 소비자에게도 보여주려는 계산이다.

실제로 출시 전 Bentley가 관심을 보인 고객들을 살펴봤을 때 약 절반은 기존 고객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브랜드의 신규 고객이었다.

23만 달러라는 가격에는 그래서 두 가지 역할이 있다.

Bentley답게 비싸야 한다.

그러나 Bentley를 처음 경험할 수 없을 만큼 높아서는 안 된다.

벤틀리는 전기차를 가장 빨리 만든 회사가 아니다

Torcal을 단순히 Bentley의 전기차 전환 선언으로 읽으면 중요한 부분을 놓치게 된다.

Bentley는 오히려 전기차 전환 속도를 한 번 늦춘 회사다.

원래는 2030년까지 완전 전기차 브랜드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이후 2035년으로 미뤘다. 첫 순수 전기차 출시 역시 당초 계획보다 늦어졌다. 이유 가운데 하나는 고객들이 예상만큼 빨리 전기차로 이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초고가 브랜드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Ferrari는 첫 EV Luce를 내놨지만 Lamborghini는 첫 EV 시기를 늦췄고, McLaren은 현재 순수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전기차 전체 시장과 초고가 자동차 시장은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유럽에서는 2026년 8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가 늘면서 전체 자동차 판매 증가를 이끌었다. 전동화 자체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수십만 달러짜리 자동차를 사는 고객의 질문은 조금 다르다.

연료비가 얼마나 절약되는가보다 이 차를 왜 가져야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Bentley가 해결해야 할 문제도 여기서 시작한다.

엔진이 사라지면 무엇이 벤틀리가 될까

내연기관 자동차에서는 브랜드마다 비교적 알아보기 쉬운 차이가 있었다.

엔진의 크기와 소리, 변속기의 느낌, 가속 방식 같은 기계적인 특성이 자동차의 성격을 만들었다.

전기차에서는 일부 차이가 희미해진다.

전기모터는 출발부터 큰 토크를 낼 수 있다. 비싼 차만 빠르게 가속하는 것도 아니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대형 화면, 운전자 보조기능도 여러 브랜드에서 제공한다.

Bentley가 Torcal에서 오히려 과거의 Bentley를 계속 꺼내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차 앞부분에는 전통적인 그릴을 연상시키는 76개의 조명 다이아몬드를 넣었다. 실제 엔진 소리는 없지만 악기로 만든 음향을 이용해 V8의 감각을 떠올리도록 설계했다. 실내에는 가죽과 베니어 같은 기존 Bentley의 소재도 그대로 남겼다.

전기차를 만들면서 내연기관 Bentley의 기억을 버리지 않은 것이다.

성능도 같은 방향으로 설계됐다.

전기모터의 힘을 단순히 ‘EV니까 빠르다’는 숫자로 보여주기보다 Bentley가 오래 팔아온 강한 힘과 부드러운 가속이라는 경험으로 연결하려 한다. 회사 역시 Torcal을 전혀 다른 자동차가 아니라 Bentley가 전기 시대에 이어지는 방식으로 설명한다.

결국 Bentley가 판매하려는 것은 배터리만이 아니다.

전기차가 됐는데도 이것은 여전히 Bentley라는 확신을 팔아야 한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가격표를 읽는 방법이 달라지고 있다

문제는 경쟁자가 기존 럭셔리 브랜드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 자동차업체들은 전기차 시대에 개발 속도를 크게 끌어올렸다. 일부 업체는 새로운 전기차를 18개월 안팎에 개발할 정도로 제품 주기가 짧아졌다.

그리고 이제 중저가 자동차에만 머물지 않는다.

고급 전기차 시장으로 올라오면서 소프트웨어, 충전속도, 편의기능과 가격 대비 가치를 앞세우고 있다.

전통적인 럭셔리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는 꽤 불편한 경쟁이다.

가죽이 더 좋은가.

목재 마감이 더 정교한가.

브랜드 역사가 몇 년 더 긴가.

이 질문으로 높은 가격을 설명해왔는데, 소비자가 갑자기 다른 질문을 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충전은 얼마나 빠른가.

소프트웨어는 얼마나 편한가.

운전자 보조기능은 얼마나 좋은가.

같은 돈으로 어떤 기능을 더 받을 수 있는가.

특히 중국에서는 이런 변화가 이미 기존 프리미엄 브랜드를 압박하고 있다.

BMW는 2026년 중국 시장에서 판매가 크게 떨어졌고, 당시 중국 전체 자동차 시장의 순수 전기차 비중이 약 46%였던 데 비해 BMW 중국 판매에서 순수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5%에 그쳤다. 젊은 소비자가 디지털 기능과 빠른 제품 혁신을 중시하면서 전통적인 독일 브랜드의 강점이 이전만큼 강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왔다.

Porsche 역시 같은 경고를 먼저 받았다.

한때 중국에서 연간 9만5천 대 이상을 팔았던 Porsche의 판매량은 이후 크게 줄었고, 중국 현지 브랜드의 빠른 EV 개발과 고급 기능 경쟁이 기존 브랜드 가치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Bentley가 Torcal의 중국 판매 캠페인도 준비하는 이유를 여기에서 볼 수 있다.

전기차에서는 브랜드의 오래된 이름만으로 가격 차이를 설명하기가 전보다 어려워지고 있다.

Ferrari는 반대로 훨씬 높은 가격을 골랐다

흥미로운 비교가 하나 있다.

Ferrari의 첫 순수 전기차 Luce다.

Luce의 가격은 55만 유로다. Bentley Torcal보다 훨씬 높다. Ferrari는 첫 EV를 상대적으로 접근 가능한 제품으로 만들기보다 기존 Ferrari의 초고가 위치를 그대로 유지하는 길을 선택했다.

하지만 Ferrari도 비슷한 숙제를 풀고 있다.

전기모터가 들어갔지만 기존 Ferrari에서 느꼈던 감각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다.

Luce 역시 전기 구동계의 자연스러운 진동음을 증폭해 자동차의 감각을 살리는 장치를 넣었다. 동시에 기존 Ferrari보다 큰 차체와 다섯 좌석, 첨단 기술을 배치해 이전과 다른 고객층도 노린다.

두 회사는 같은 질문에 다른 가격으로 답한 셈이다.

Ferrari는 전기차에서도 아주 높은 희소성을 유지했다.

Bentley는 상대적으로 낮은 진입 가격으로 새로운 고객까지 들어오게 했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첫 EV에서 선택한 가격이 각 브랜드가 전기차 시대의 럭셔리를 어떻게 정의하는지는 보여준다.

23만 달러는 자동차 가격만 뜻하지 않는다

Bentley는 Torcal 생산을 위해 영국 Crewe 공장에 3억5천만 파운드를 투자했다.

차 한 대를 새로 만든 결정 뒤에 공장과 생산설비, 배터리와 공급망, 판매망 투자가 같이 움직인다는 뜻이다.

Bentley 입장에서는 Torcal 판매량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첫 EV를 산 사람이 다음에도 Bentley를 선택하는지, 기존 고객이 내연기관이나 하이브리드 대신 EV를 한 대 더 추가하는지, 지금까지 Bentley를 사지 않았던 젊은 부유층이 브랜드 안으로 들어오는지가 더 중요할 수 있다.

회사가 첫 관심 고객의 절반 정도가 신규 고객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23만 달러짜리 자동차 한 대를 파는 일이 아니라 새로운 고객과의 첫 거래를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시작 가격을 제품군 하단에 둔 이유도 조금 더 분명해진다.

벤틀리가 앞으로 증명해야 할 것

Bentley는 오래전부터 판매량보다 한 대에서 얼마나 높은 가치를 만들 수 있는지를 강조해왔다.

2024년 Bentley 매출은 전년보다 10% 줄었고 영업이익도 37% 감소했지만, 자동차 한 대당 매출은 오히려 10% 증가했다. 회사는 이를 두고 ‘물량보다 가치’를 강조했다. 고객이 맞춤 사양에 더 많은 돈을 쓰게 만드는 전략이었다.

Torcal에서도 이 공식은 계속돼야 한다.

다만 판매하는 가치의 내용이 달라진다.

예전에는 큰 엔진과 기계적인 감각이 높은 가격을 설명하는 중요한 재료였다.

이제는 전기 성능, 충전, 소프트웨어와 연결성에 기존의 소재·제작 품질·브랜드 경험을 함께 묶어야 한다.

중국 업체들이 기술과 가격으로 올라오는 상황에서는 그 차이를 더 빨리 보여줘야 한다.

그래서 Torcal에서 앞으로 봐야 할 숫자는 단순 판매량만이 아니다.

신규 고객 비중이 계속 높은가.

고객들이 기본 가격보다 얼마나 많은 맞춤 사양을 추가하는가.

중국에서도 Bentley라는 이름이 가격 프리미엄을 유지하는가.

기존 Bentley 고객이 실제로 EV로 이동하는가.

이 숫자들이 나와야 23만 달러라는 첫 가격의 계산이 맞았는지 알 수 있다.

내연기관 시대에는 Bentley라는 이름 자체가 비싼 엔진과 정교한 마감, 오랜 역사까지 한꺼번에 설명했다.

전기차 시대에는 그 공식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벤틀리 첫 전기차 Torcal의 더 중요한 의미는 따로 있다.

엔진이 사라진 뒤에도 Bentley라는 이름에 23만 달러를 붙일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첫 번째 가격표다.

다음에는 이 질문을 확인해보세요.

새 시장에 늦게 들어간 브랜드는 왜 가격부터 낮추지 않을까요?

→ 애플은 왜 1,999달러짜리 접는 아이폰으로 들어왔을까|후발주자가 비싼 가격을 고른 이유

자주 묻는 질문

Bentley Torcal은 얼마부터 시작하나요?

Bentley Torcal의 영국 시작 가격은 17만3천 파운드로 발표됐으며 약 23만 달러입니다. Bentley 제품군에서는 비교적 낮은 가격대에 위치합니다.

벤틀리 첫 전기차는 Torcal인가요?

네. Torcal은 Bentley가 출시한 첫 번째 순수 배터리 전기차입니다. Bentley는 앞으로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확대하고 2035년 완전 전기차 브랜드로 전환하는 계획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Bentley는 왜 전기차 전환 계획을 늦췄나요?

Bentley는 고객들의 전기차 전환 속도가 예상보다 느리다고 판단해 첫 EV 출시 시점을 늦추고 완전 전기차 전환 목표도 2030년에서 2035년으로 조정했습니다.

전기차인데도 Torcal에 엔진을 연상시키는 소리가 들어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Bentley는 전기차에서도 기존 고객이 익숙하게 느끼던 브랜드 경험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Torcal에는 실제 악기의 소리를 활용해 V8 엔진의 감각을 연상시키는 음향 시스템이 적용됐습니다.

중국 전기차 업체가 Bentley 같은 럭셔리 브랜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나요?

가격대는 다르지만 경쟁 기준에는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중국 업체들이 빠른 개발 속도와 충전 기술, 소프트웨어, 편의기능을 앞세워 프리미엄 시장까지 올라오면서 소비자가 고급차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 자체가 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자료

Reuters — Bentley tests wealthy buyers’ interest in going electric with first EV
Reuters — Can luxury electric cars sell?
Reuters — Ferrari bets on generational tech shift with Luce five-seat EV
Reuters — BMW races to catch up in a Chinese EV market that won’t slow down
Reuters — Even Porsche can’t find its lane in China as foreign automaker sales skid
Reuters — In tough global market, Bentley posts lowest revenue since 2020
Bentley Motors — Torcal
Bentley Motors — Beyond100+

머니레시피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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